“첫 번째 항목 '불교', 개신교 다수 현실·정확한 통계 반영 못해”
가나다 순도 아니고 ... 설문 항목 하나에도 면밀한 검토 필요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종교 항목 설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공개된 설문지에서 첫 번째 선택지가 ‘불교’로 고정돼 있어, 실제 다수 종교인인 기독교(개신교) 인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가데이터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인구는 전체의 43.9%였고, 무종교자는 56.1%였다.
이 가운데 개신교 인구는 약 967만 6000명으로 전체 종교 인구 중 가장 많았고, 불교인은 약 761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기독교(천주교)는 389만명, 원불교 84만명, 유교 76만명 순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 설문에서는 불교가 첫 번째 항목으로 배치됐다.
사회조사 전문가들은 “설문 항목 순서가 응답자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돼 있다”며 “첫 항목이 인지적 우위를 가지므로 뒤에 나오는 항목은 상대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 통계학자는 익명을 전제로 “국가 통계에서 설문 설계 편향은 단순 숫자 문제를 넘어 정책, 학술 연구, 사회 분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사례를 보면 일본과 미국은 종교 설문에서 항목 순서를 무작위로 배치하거나 알파벳 순으로 배치해 편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 일부 학술 조사에서도 무작위 배치를 통해 응답자의 심리적 영향을 줄이는 방식이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국가 통계 기관에 △선택지 순서 무작위 또는 알파벳·한글 순 적용 △종교 인구 규모와 응답률을 반영한 대표성 확보 △설문 설계 과정과 항목 배치 공개를 통한 신뢰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예드림교회 박기성 목사는 “인구주택총조사는 단순 인구 집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 종교 구성과 변화 추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설계 단계에서 특정 종교에 유리한 인상을 준다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목사는 “국가 통계는 공정성과 중립성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설문 항목 하나에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상담자는 "불교 인구가 많아 설문 맨 앞에 있는 것 아닌 것 같다. 더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과 관계자는 "종교인구 순으로 알고 있다. 10년 전 조사 때 기독교(개신교)가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것으로 조사했다. 종교협회에 문의한 결과 그냥 가자고 해서 그냥 불교부터 실었다"고 말했다.
잠시 후 이 관계자는 "설문 항목 담당이 출장 중이라 더 알아보고 답하겠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임의로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순서와 명칭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종단 대표와 전문가들과 의논했다. 공문도 오갔다. 논의 결과, 이전에 한 것과 동일하게 하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불교가 가장 먼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